‘츤데레’와 ‘더치커피’

커피인문학



'츤데레(ツンデレ)'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탄생했습니다. 차갑고 퉁명스러운 태도를 뜻하는 츤츤(ツンツン)’, 부드럽고 애정 어린 모습을 나타내는 데레데레(デレデレ)’가 합쳐진 말입니다. 겉으로는 무심하고 시큰둥하게 대하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세심한 것이죠. 처음에는 서먹하고 거리를 두는 듯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묵묵히 곁을 지키며 챙겨주는 그 반전의 매력, 이것이 츤데레의 진정한 힘입니다.

 

커피의 세계에서 츤데레의 성격을 가진 추출법은 더치커피방식입니다. ‘더치커피(Dutch Coffee)’‘Dutch’라는 이름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커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 발전된 방식입니다. 에도 시대,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던 유일한 통로가 네덜란드 상인이었기에 더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더치커피 추출법은 뜨거운 물로 단숨에 우려내는 일반 커피와 달리, 차가운 물이 3초 간격으로 톡, 톡 떨어지며 수 시간에 걸쳐 서서히 커피를 우려내는 방식입니다. 그 과정은 마치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이가, 오래 지켜본 후에야 조금씩 속내를 내어주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한국인의 정서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입니다. 사랑은 순간적으로 불타오를 수 있지만, 정은 오랜 시간 곁을 지키며 삶을 나누는 가운데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입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말이 있듯, 기쁠 때만이 아니라 서운함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관계를 놓지 않을 때 비로소 정이 깊어집니다. 더치커피가 차가운 물로도 묵묵히 내려져 깊은 맛을 내듯, 정 또한 서두름 없이 꾸준히 쌓일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교회 공동체의 관계도 이와 닮았습니다. 어떤 만남은 뜨겁게 시작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마치 츤데레처럼 조심스럽고 천천히 다가갑니다. 처음에는 무심해 보였던 성도였는데 어느새 그 속에 이미 깊이 내려진 이 깃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더치커피가 일정한 속도로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그윽함을 만들어내듯, 성도 간의 관계에도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뜨겁고 강렬한 사랑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관계는 오래 두고 가꾸어 가는 정성 속에 있습니다. ‘츤데레의 무심한 듯 다정한 배려, 더치커피의 느리지만 깊은 추출, 그리고 세월 속에 스며드는 정, 이 셋은 서로 닮았습니다.

 

정은 성급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꾸준함 속에서만 피어나는 귀한 열매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교회 안팎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비록 표현이 서툴더라도 꾸준히 물방울을 떨어뜨리듯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9)

 

| 최우성 목사

 

태은교회 담임 / 강원대학교 교수 /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 알고 보면 재미있는 커피 인문학 저자 / 농학박사(PhD) / 목회학 박사(Dmin)

 

 

작성 2025.08.20 12:55 수정 2025.08.2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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