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베트남 여행의 붐이 일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에 가보면 베트남의 다낭, 나트랑, 호치민, 하노이 같은 유명한 여행지로 떠나는 항공편이 즐비합니다. 최근에는 ‘달랏’이 핫한 여행지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패키지여행을 떠나면 대부분 면세점 방문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문이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패키지여행이 세계 3대 불가사의라 불릴 정도로 저렴한 이유는 여행 경비의 상당 부분을 면세점 쇼핑을 통해 보충하기 때문이며, 가이드의 수고비 또한 여기에서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상품의 가격을 미리 알고 있거나, 웬만한 마케팅 전략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행객이 아니라면 이 블랙홀 같은 쇼핑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면세점을 떠나는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와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 여행에서도 이러한 경험은 예외가 아닙니다. 베트남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두 가지, 하나는 침향이고 또 하나는 커피입니다. 특히 ‘위즐커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커피가 면세점에서 (사실 정확히 따지면 면세점도 아닙니다) 여행객들의 눈길을 끕니다. 직원들은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포장도 화려하게 꾸며 놓습니다. 생소한 분들은 그들의 말솜씨에 현혹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커피는 아무리 근사하게 포장해도 일반적으로 품질 좋은 커피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일부 농가에서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체로 우리가 접하는 베트남 커피는 저가의 로부스타 원두로 만들어집니다. 또한, 베트남 커피에서 연유를 사용하는 이유도 원두 고유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제가 방문했던 면세점 직원은 베트남 커피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고 소개하며, 한 잔에 99,000원에 판매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직원은 이에 덧붙여 영화 버킷리스트를 언급하며, 그 영화에 등장한 커피가 바로 베트남 위즐커피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영화 버킷리스트에 등장한 커피는 베트남 커피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루왁커피입니다. | |   | | | |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단어는 영화 *버킷리스트 (The Bucket List, 2007)*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표현의 기원은 중세 유럽에서 유래된 표현입니다.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표현은 사람이 양동이를 발로 차서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여기에서 착안하여 ‘죽기 전에 반드시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버킷리스트'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며, 많은 분들이 이를 통해 삶의 목표를 정리하고 실천할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2017년 개봉된 영화 버킷리스트(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주연)에서는 두 명의 말기 환자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고 소중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가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음악에서도 유사한 주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팀 맥그로(Tim McGraw)의 Live Like You Were Dying은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라는 가사 속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버킷리스트는 단순한 소망 목록이 아니라,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실천적 철학입니다. 버킷리스트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인생에서 반드시 한 번쯤 마셔봐야 할 커피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단연 *루왁커피(Kopi Luwak)*이라고 말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고가의 커피로 알려진 루왁커피는 독특한 생산 방식과 풍미로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루왁커피는 인도네시아에서 유래한 특별한 커피입니다. 야생 족제비(루왁)가 잘 익은 커피 체리를 먹고, 소화 과정을 거친 후 배설된 원두를 수확하여 가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루왁의 위장에서 자연 발효된 원두는 일반 커피보다 더욱 부드럽고 깊은 풍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루왁커피는 희귀성과 독특한 맛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르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물 복지 문제로 인해 윤리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채집한 원두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사육된 루왁에게 강제로 커피 체리를 먹이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동물학대 이슈가 생긴 것입니다.따라서 루왁커피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킷리스트는 단순한 소망 목록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목표입니다.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커피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루왁커피처럼 희귀한 커피일 수도 있고, 오래된 친구와 함께 마시던 익숙한 커피 한 잔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커피 한 잔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와 추억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특히 그 버킷리스트 안에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꿈이 담기면 참 좋겠습니다. 최우성(태은교회 담임목사. 강원대학교 커피과학과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Ph.D, D. M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