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두근거림, 어른이 되어가는 것

여러분이 커피를 ‘처음’ 마셨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처음이라는 단어는 우리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온 날, 첫걸음마, 첫 등교, 첫사랑, 첫출발.

처음으로 하는 것들은 두 번째, 세 번째보다 더 많은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처음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이라고 나옵니다. 다시 말해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나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대한 감상이 강렬하고 뜻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듯 중요한 처음. 제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건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커피를 ‘어른이 마시는 음료’라고 생각했습니다. 커피숍에 가면 항상 어른들은 커피를 마셨고, 어린이들은 주스를 마셨습니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피곤해 보이는 직장인이었습니다. 술과 커피 둘 다 주로 쓴맛이 나며, 고된 삶을 보낸 사람들이 마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술만큼이나 커피는 어른의 음료, 커피 맛은 어른의 맛이라 느꼈는지 모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이라 불리는 중학생, 그중에서도 고학년이 된 저는 ‘이 정도면 다 컸지. 커피를 마셔도 될 나이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른의 음료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저가 카페라테였지만, 그것이 저의 첫 커피였습니다. 

카페라테는 약간의 쓴맛이 느껴지면서도 달콤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니 어른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에서 들려오는 듯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밤에는 쉽게 잠들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아직 청소년이라 커피를 마시면 안 되나 보다, 어른이 될 때까지 마시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사실은 커피에 있는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청소년까지는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성인의 최대 섭취 권고량은 400mg 이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카페인 민감도를 초과하는 양의 커피를 마실 경우 두근거림, 혈압 상승,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커피를 처음 마셨던 경험이 저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왔고, 결국 그 뒤로는 커피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피했던 커피를 다시 마시게 된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커피 전공 교수님께서 내려주시는 커피를 마실 기회가 생겨 처음으로 정석적인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전처럼 두근거림이 나타날까 걱정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카페인의 양 때문일 텐데도 그 사실이 저에겐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른이 되니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고, 예전에 두근거렸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그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득 커피에 대해 달라진 저의 반응이 어른이 되는 과정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과거에 두근거렸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곤 합니다. 어렸을 때는 내일 친구들과 무엇을 할까 설레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어디를 갈까 두근대며 들떴던 기억이 납니다. 설렘 때문에 커피를 마신 것처럼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에 설레고 들뜨지 않게 되었습니다. 커피와 같이 무뎌지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어렸을 때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도전하며 새로운 두근거림을 찾아 나가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전에 두근거렸던 일들에 익숙해지고 무뎌지면서,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또 다른 처음을 찾는 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커피와 두근거림을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떠올렸는데,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셨나요? 어린 시절과 비교해 지금은 무엇에 무뎌지게 되었고, 무엇에 다시금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셨나요?



작성 2024.12.08 20:27 수정 2024.12.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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