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섬김입니다.

커피인문학

1950년 10월 16일 자 미국 ‘TIME’지 표지 인물은 이승만 대통령이었습니다. 기사에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자세한 기록이 실려 있습니다. 예를 들면 6.25 전쟁이 일어나서 피신했던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살림살이가 다 사라지고 난 이후였는데, 프란체시카 여사의 외투도 러시아 군인들이 모두 훔쳐 가버린 후여서 한동안 추위에 떨어야 했다고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 잡지 기사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이승만은 아침에 일어나서 주로 ‘커피’, ‘과일주스’, ‘시리얼’, ‘계란’ 등으로 된 서양식 아침식사를 했으며 식사 전에는 잠시 정원을 거니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가 커피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자세히 남아있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 커피를 마셨던 것은 분명합니다.

  
 

술은 위아래가 있습니다. 젊은이가 어른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될 때는 어른이 따라주는 술은 두 손으로 받들어 받아서 고개를 돌려서 마셔야 합니다. 간혹 커피를 배우는 제자 중에는 커피를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받들어 받고, 술을 마시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서 마시는 사람들도 있서 한바탕 웃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술도 차도 위아래가 있지만, 커피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커피는 대단히 자유롭습니다. 커피는 어른이 내려서 아랫사람에게 줄 수도 있고, 젊은 사람들이 커피를 내려 윗사람에게 대접할 수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커피는 마실 때 다도처럼 예법도 따로 없습니다. 그냥 누구나 편안하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회사마다 나쁜 문화가 있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면 아침마다 여직원이 커피를 타서 직원들에게 돌리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내가 커피 타러 회사에 출근했냐?"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학벌을 가졌어도 여성은 커피를 타야 했고 이 문제에서는 양보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유교 전통으로 인해서 위아래 문화가 특히 심했었습니다. 남존여비 사상이 사라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오랜 숨 막히던 관습이 철폐된 것은 개신교가 전파되고 난 이후였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농공상의 엄격한 신분제도 아래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공부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자란 젊은 사람 중 몇 명은 독립운동가가 되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으며, 몇 명은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하며 선진문물을 경험했습니다. 그들은 훗날 무너진 나라를 세우는 인물들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배재학교’와 ‘감리교선교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배웠고 미국으로 가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미주한인들을 중심으로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해 독립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신여성 박인덕은 이화를 다니다가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했는데 후에, 미국대륙을 다니며 강연으로 조선의 현실을 알리고 식민지 조국을 교육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멀리 타향에 가서 자유민주주의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조국에 돌아와서 민족을 섬기며 헌신했습니다.

 

  
 

커피에는 중요한 정신이 있습니다. 그것은 섬김입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잔의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대접하려 합니다. 회사 대표가, 심지어 대통령이라고 해도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방법을 안다면, 직접 만들어서 부하직원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6:31] 


오늘 누군가에게 커피 한잔을 섬기는 마음으로 대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피는 섬김입니다.


최우성(태은교회 담임목사, 강원대학교 커피과학과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Ph.D / D.Min) 

작성 2024.11.28 17:39 수정 2024.11.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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