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자유로움

커피인문학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기본적으로 공기를 호흡하며 살고 있습니다. 포유류(哺乳類)나 파충류(爬蟲類), 조류(鳥類)와 양서류(兩棲類)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뱉는 허파호흡을, 어류(魚類)는 아가미를 통해 물에 녹은 용존산소를 흡입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를 호흡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은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인간만큼은 흙을 빚어 만드신 후에 그 코에 생기(חַי נְשָׁמָה) 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인간의 코에 불어넣은 ‘생명의 기운’은 ‘공기’ ‘바람’ 또는 ‘호흡’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공기는 커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커피의 향기성분은 공기가 없이는 추출할 수 없습니다. 멜리타나 칼리타, 고노, 하리오를 비롯한 브루잉 도구들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합니다. 커피 드리퍼에는 돌출된 리브(Rib)들이 있는데, 공기를 잘 흐르게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커피의 추출을 돕도록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사이폰(Syphon)으로 알려진 진공 커피추출기(Vacuum Coffee Maker)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공기압력으로 진공을 만들어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입니다. 아래쪽 용기에 물을 담고 가열하면 물은 유리관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 커피성분을 추출한 뒤 진공압력에 따라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데, 이 역시 공기를 이용한 탁월한 커피 추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기(Air)는 향기물질(Aroma)을 전달하기 위해 있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향기는 공기가 없이는 코 속의 상피 후각세포에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공기는 커피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처럼 공기라는 존재는 커피에게 필수적이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커피의 성분에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linolenic acid)이 많아 산화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생겨난 이산화탄소가 커피의 세포에 갇히게 되면서 산소와 커피와의 만남을 막아주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일종의 보호막이 되어 산소에 의한 산화반응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팅 후 대략 보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가 모두 빠져나가면서 커피는 산소와 만나서 급속히 산패(酸敗)됩니다.


커피는 공기를 필요로 하지만, 공기 중의 산소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로스팅된 커피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역설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들도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해서 생명을 유지하지만 산소 때문에 늙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간이 가장 존엄한 순간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의 유한성을 느끼고 겸손히 자신을 돌아볼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은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잘못을 뉘우치기도 하며, 사명을 깨닫기도 합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는 ‘태양의 찬가(Canticle of the Sun)’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내 주여, 형제 바람의 찬양을 받으소서. 공기와 구름과 화창한 날씨, 그리고 모든 날씨의 찬양을 받으소서.”

그는 공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느꼈습니다. 


저는 공기가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공기는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며, 가는 곳마다 생명을 살리고 향기를 흩날립니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도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계십니다.


공기를 통해서 좋은 향기만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때로는 기독교인들을 통해서 부정적이고 잘못된 메시지들이 세상에 전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독교 자체의 잘못이라기보다 그 악취를 내는 사람들의 잘못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는 종교는 교권화(敎權化)되고 제도화(制度化)되어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된 믿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고의 가치인 자유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3장에 보면 예수께서는 “어떻게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니고데모에게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람은 어디에도 매이지 않습니다.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주 안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는 능력 있는 삶을 살아갑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며,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커피 향기를 느끼면서 말입니다. 온몸의 모든 감각을 일깨워 커피 향기 속에서 하나님의 숨결을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나는 여전히 자유로운가?”


최우성 목사(태은교회, 강원대학교 교수. Ph.D/D.min)

작성 2024.10.08 09:49 수정 2024.10.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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