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와 영성을 잃어버린 종교, 철학을 잃어버린 정치
최우성교수(강원대학교 커피과학과 / 커피해럴드신문)
하루는 필자의 제자 중에 한 명이 디카페인 생두를 가지고 왔다.
로스팅 포인트를 한번 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지역에서 생산된 디카페인 커피였다.
디카페인 생두는 일단 물에 들어가 고공된 것이기 때문에 밀도가 아주 약하고, 그래서 로스팅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최근에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이제는 디카페인 커피로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과거와는 달리 디카페인 커피도 품질이 아주 좋아져서 이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많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많이 마셔도 부담이 없다.
거기에 향과 맛도 좋다면 금상첨화이다.
과거에는 아무리 잘 볶아도 디카페인 커피에서 좋은 맛과 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커피의 성분 중에서 가장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것이 카페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카페인 중독 현상으로 잠을 못 자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경질이 많아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적당히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를 맑아지게 하며 에너지가 넘치게 만 들어준다.
카페인은 사람의 몸을 이롭게 하는 양약일까? 아니면 몸을 병들게 하는 독성 물질일까?
커피의 카페인이 독이라고 믿었던 스웨덴의 구스타프 3세는 사형수였던 쌍둥이를 통해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차를 마시는 사람 중에서 누가 먼저 죽는지 실험하였다.
하지만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은 이 실험을 주관하던 두 명의 의사였다고 하며, 구스타프 3세 역시 암살을 당해 그들보다 먼저 죽었다고 한다.
쌍둥이 중에서는 홍차를 마시던 사람이 먼저 죽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83세였다고 한다.
실험은 커피의 승리로 결론이 났고 그 후로 스웨덴 의 커피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사실 커피 전문가들이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찾아 나선 일도 있었다.
그들은 네 가지 품종의 커피를 찾아냈고 대부분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에서 자라나는 품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발견한 커피는 카페인이 없는 대신에 몹시 쓰고 맛도 없는 쓸모없는 커피였기 때문이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카페인을 제거하고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이 디카페인 커피이다.
최초로 디카페인 커피를 만든 사람은 독일의 루드빅 로젤리우스(Ludwig Roselius)라는 상인이다.
직업적인 커피 감별사였던 아버지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과도한 카페인 섭취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는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를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그가 발명한 디카페인 커피 방식은, 증기로 생두를 가열시킨 다음에 벤젠용제를 이용해 카페인을 추출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추출 방법에 대한 특허를 얻어 1906년에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화학용제를 이용하지 않은 순수 물 가공을 통한 카페인 제거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독일인 로버 휘브너(Rober Hübner)로, 1911년의 일 이었다.
드디어 인류는 카페인 걱정없이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서 카페인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를 마시고는 싶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을 갖고 있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좋고, 커피를 즐기는 임산부들에게는 커피를 끊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된다.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방식은 계속발전하여, 생두를 뜨거운 물에 끓였을 때 녹아 나온 성분을 활성탄소를 채운 관에 통과시키는 방법과, 커피콩을 뜨거운 증기로 쪄낸 후에 용매(이염화메탄) 혹은 에틸아세테이트로 여러 번 커피 콩을 씻어내는 방법, 초임계 상태(Supercritical State)의 이산화탄소 용매로 카페인을 추출하여 분리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 중에 이산화탄소 초임계 유체를 이용한 분류 방법이 다양한 물질을 녹일 수 있는 반면에 독성이 거의 없고, 추출되는 화학 물질과 분해 반응도 쉽게 일어나지 않아 최근 에 가장 선호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어쩔 수 없이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카페인 없는 커피는 과연 커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호의 문제겠지만 필자는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왠지 영성을 잃어버린 종교, 철학을 잃어버린 정치와 같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