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배고기'와 '아인슈페너 커피'
최우성교수(강원대학교 커피과학과)
제주도에 가면 ‘돔배고기’라는 음식이 있다.
제주도 방언으로 ‘돔배’는 ‘도마’를 의미한다.
돼지고기를 비계 채 듬성듬성 썰어낸 이 음식은 기름기가 많아 높은 열량으로 힘을 내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식감도 부드러워 가히 제주 도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에는 국수 위에 돔배고기를 얹어 만든 고기국수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소문난 맛집에 찾아가서 돔배고기를 주문하니 제주도산 돼지고기가 식칼로 듬성듬성 썰려 도마 채 나왔다.
한 입에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였다.
한 점 입에 넣고 씹어 보니 입 안 가득 돼지 비계의 기름이 부드럽게 퍼 지는 것이 마치 버터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고 맛있어 인상 깊었다.
사실 내 취향에는 돔배고기보다 삼겹살이나 돼지 목살이 더 맞다.
일단 같은 값이면 삼겹살이 더 푸짐하기도 하고 기름도 적당히 빠져서 담백하기도 하다.
삼겹살이 가성비가 좋은 서민의 음식이라면 돔배고기는 가심비가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돔배고기는 제주 흑돼지라는 상징성과 그 지역의 대표 음식이라는 점, 그리고 지니고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돔배고기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전 해오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지는 나조차도 제주도에 가면 반드시 한 끼는 돔배고기를 먹고 온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음식이나 음료의 가치를 높여준다.
돔배고기의 유래를 보면 커피의 유래와 연상이 되어 매우 흥미롭다.
돼지고기를 왜 도마 위에 올려놓고 먹게 되었을까?
오래전 제주에서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갈 때, 아낙네들이 남정네의 허기를 달래줄 요량으로 급하게 돼지고기를 삶아 그릇에도 담지 못하고 도마 위에 고기를 듬성듬성 잘라 입에 넣어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먼바다에 나가 배 위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물질할 남편들 을 위해 배라도 든든하라고 급하게 입에 넣어준 돼지고기 수육, 제주 아낙네들의 정감이 느껴진다.
커피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아인슈페너(Einspänner) 커피는 마부의 커피라는 별명이 있다.
이 커피 는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으로 변형되어 전해졌다.
학창 시절에 청파동의 음악 다방에서 아이스크림을 넣은 비엔나커피를 먹는 것은 대단한 사치였다.
사실 생크림을 넣어야 했지만 그 당시 다방에서는 생크림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했고 비쌌다.
학교 앞 다방에서 생크림을 대신하여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어준 소위 '비엔나커피'를 맛보았던 기억이 난다.
청춘의 설렘처럼 그 달달하고 쌉쌀했던 비엔나커피가 사실은 아인슈페너 커피였다는 것을 안 것은 그 후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되어 '비엔나커피'로 알려진 '아인슈페너 커피'는 마부들이 급하게 일하러 나갈 때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생크림을 잔뜩 넣은 커피를 마신 것에서 유래되었다.
밥 먹을 틈도 없이 급하게 마차를 몰고 나가 는 마부들, 배고픔과 졸림을 방지하기 위해 마신 이 커피의 유래가 돔배고기 의 유래와 흡사하다.
필자가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때 그곳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를 찾았다. '그리고 아인슈페너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작은 도자기 컵에 주는 커피로는 역사의 감동을 느끼기 어려웠다. 마부들이 배고픔을 잊기 위해 마신 정도라면 '머그컵' 정도는 돼야 그 느낌을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돔배고기와 아인슈페너 커피, 지역은 달라도 배고픔이라는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 낸 음식이다.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덧붙여지니 가치와 생명력이 부여된다.
필요가 있으면 음식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스토리가 있으면 그 생명력이나 가치가 오래간다.
우리 인생살이도 언제나 정감있는 이야기로 풍성하면 좋겠다.
커피해럴드신문 / 최우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