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커피를 찾는 커피 셀렉터들(selectors)
최우성 교수(강원대학교 커피과학과)
1. 영화 같은 커피 전래 이야기
커피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음료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사람들은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고 커피 향에 젖어 살고 있다. 관세청 수입통계와 커피업계에 따르면 2007년 3조원 대였던 국내 커피시장은 지난해 11조 7397억 원으로 약 3~4배 성장했다. 국민 1인당 연간 500잔 이상의 커피를 소비한 셈이다. 덩달아 2007년 9000억 원 대였던 국내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해 7조 8528억 원으로 10년 동안 7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인이 편하게 마시는 커피가, 과거에는 특정한 나라와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커피를 전 세계에 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재미있는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 스릴이 넘친다.
훔친 커피
6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커피의 효능을 발견한 이후에도 커피는 쉽게 전 세계로 전파되지 못했다. 530년 에티오피아가 예멘을 식민화 하여 그 곳에 커피농장을 경영한 이후에도 커피는 아라비아 반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13세기에 들어서면서 과육을 벗겨내고 말린 씨앗을 볶아 먹게 되었는데, 특히 커피를 전매사업화 하여 독점재배생산 및 판매하려는 아랍인들에 의해서 생두상태로는 반출이 금지 되었고 삶거나 씨앗을 죽인 상태로만 수출이 허용되었다. 하지만 1600년경 인도의 순례자 바바부단에 의해서 몰래 커피종자의 반출에 성공했고, 최초로 아랍세계 밖에서 커피가 재배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의 유대인들이 이 소식을 듣고는 스파이를 보내서 인도에서 커피 종자를 훔쳐오는 것에 성공하게 된다. 이 후 네덜란드의 왕궁 식물원에서 커피나무가 경작되고,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에 의해 1969년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 커피가 옮겨져 심겨졌다.
전리품 커피
1683년 게오르그 콜시츠키(Georg Kolschitzky)가 오스만 제국이 오스트리아 빈 전투에서 패배한 후에 남기고 간 커피를 양도받아 비엔나에 카페를 열었다. 처음에 비엔나 사람들은 오스만 군이 두고 간 커피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오직 콜시스키 만이 그 용도를 알고 사용했던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전파된 커피는 전리품으로 주은 커피였다.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콜시스키의 생각과는 달리 비엔나에서 그가 연 블루보틀 카페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유럽인들이 마시기에는 커피가 너무 쓰게 느껴졌던 탓이었다. 이후 꿀이나 우유를 첨가하여 마시게 되면서 서서히 커피는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음료가 되었다.
연모(戀慕)의 표시로 받은 커피
브라질은 대표적인 커피 생산국이고 수출국이다. 하지만 본래부터 커피가 그곳에서 자라난 것은 아니다. 브라질에서 커피의 역사는 1723년부터 시작된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모든 커피는 테클리외 대위가 프랑스에서 마르티니크로 가져온 커피나무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 네덜란드는 아메리카 가이아나의 수리남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커피 종자를 이웃나라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사형에 처할 수도 있었다. 브라질 사람인 ‘팔헤타’는 매혹적인 음악으로 프랑스 총독의 부인을 매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축제 중에 총독의 부인은 ‘팔헤타’에게 향기로운 꽃다발을 선물했는데, 그 속에 잘 익은 커피열매 한주먹이 들어 있었다. 그는 재빨리 배를 타고 아마존 강 어귀로 갔고, 커피는 브라질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커피산업이 빨리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의 커피산업은 미국의 커피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2. 커머셜 커피시장의 한계
20세기 들어오면서 커피가 대중화되고 물동량이 많아진 데에는 대규모 커피시장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커피 기구(ICO)가 2017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커피 생두가 880만 자루(60kg)가 수출되었다.
뉴욕의 선물시장은 아라비카(Arabica) 커피 생두를 취급하고, 런던의 선물시장은 로부스타(Robusta) 커피를 선물거래 한다. 사실상 세계 커피물가는 이 커다란 두개의 선물시장이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커머셜 시장을 통해 대량으로 거래되는 커피생두에서 커피의 품질을 논하기는 어려운 것이 문제다. 원유를 구입하듯, 쌀을 구입하듯, 질보다는 양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기후와 토질, 품종과 농장 등 테루아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위로 섞여서 수집되는 커피 생두에서 맛과 품질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3.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사람들
스페셜티 커피란 스페셜티 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커피를 평가하여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를 의미한다. 스페셜티 커피가 되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기후에서 재배되어 맛과 향이 뛰어나며, 결점이 느껴지지 않는 좋은 커피여야 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 상업적인 커피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커피 셀렉터(selector)들이다. 1982년에 개봉된 해리슨 포드 주연의 ‘레이더스’라는 영화가 있다. 당시 이 영화를 접했을 때에 흥미진진하게 영화에 몰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감춰진 보물을 찾기 위해 고대문명의 흔적들을 탐험한다는 스토리의 영화다.
무엇인가 값비싸고 소중한 것들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밀림이나 정글 속에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는 인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예를 들면 솔로몬의 잃어버린 보물들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데, 그것을 찾기만 하면 커다란 부귀영화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이다. 진시황제가 사람들을 파견해서 불로장생의 명약을 찾기 위해 애썼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것들 중에서 뜻밖에 보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탐험가들의 동기라면, 커피 셀렉터들의 동기도 역시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잘 알려진 농장이나 지역이 아닌 알려지지 않은 커피산지를 찾아서 보다 좋은 커피 생두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찾아낸 신비로운 좋은 커피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커피생두회사들이 이 지역에서 커피를 사들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누구나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커피가 된다. 에티오피아 구지(Guji) 지역의 커피가 그런 과정을 거쳤다. 사실 잘 찾아보면 아직도 인디아나 존스박사가 발견했던 보물들 보다 더 보배로운 커피생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커피 셀렉터들이 아프리카의 커피 산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4. 경제력이 뒷받침하는 커피시장
일본은 세계 제일의 스페셜티 커피 수입국이다. 해마다 도쿄에서는 스페셜티 커피 박람회도 열린다. 아직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나, 파나마 게이샤 커피, 하와이 코나커피의 주 고객층은 일본인들이다. 예를 들어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커피는 생산량의 70퍼센트가 일본인들에 의해 전량 수매된다고 한다. 최근 파나마 COE대회에서 1등한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도 일본인들에 의해 수매되었는데 생두 1키로에 수백만 원을 호가했다고 하니 그들의 스페셜티 커피를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들은 일찍 스페셜티 커피의 진가를 알아보았고, 지금도 수많은 커피 셀렉터들이 좋은 커피를 구하기 위해 오지의 밀림을 찾아다니고 있다. 일본이 스페셜커피 시장에 뛰어든 것은 오래 된 일이다. 그들은 좋은 커피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싸게 주고 산 커피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커피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초기에 이들은 커피헌터라고 불렸다. 하지만 이 명칭은 너무 공격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최근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좋은 커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커피 셀렉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커피산지를 방문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고 이에 따른 원화의 가치의 상승, 해외여행이 자유화 등을 통해 점점 커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커피 산지를 찾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통해 커피생두가 수입되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5. 커피 셀렉터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커피 산업의 최전선에서 좋은 커피를 찾는 일을 한다.
커피를 추출하여 제공하는 바리스타, 커피를 맛있게 로스팅 하는 커피 로스터, 그리고 커피산지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가공하는 농부들, 그들 모두가 중요하지만, 옥석(玉石)을 가리듯 커피의 산지를 찾아다니며 맛과 향이 뛰어난 커피를 선택해내는 일을 하는 커피 셀렉터들의 역할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형화 된, 틀에 박힌 커피를 만들어내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영롱한 보석 같은 커피의 향기를 찾아내어 소개하는 것은 커피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테말라의 커피는 대부분 ‘안티구아’가 전부인 것처럼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커피가 생산되는 대표적인 지역의 이름일 뿐, 과테말라에는 2017년 COE 대회에서 1위를 한 산타 펠리사가 운영하는 엘 파락샤(El Paraxaj) 농장의 커피를 비롯한 좋은 커피 농장과 지역이 즐비하다. 커피 셀렉터들은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좋은 커피를 발굴해 내는 역할을 한다. 커피 셀렉터들이 커피 산지를 방문하게 되는 동기는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좋은 커피를 발굴해내고자 하는 열정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산지정보를 검색하기도 하고, 각 나라의 커피 옥션(Auction)을 통해 커피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때로는 커피 생산국에서 보내주는 커피샘플(Sample)을 접해보고 직접 그 농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커피의 품질을 데이터 화 한다.
커피 셀렉터들은 대부분 Q-grader 자격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정해진 평가기준을 사용해서 자기들이 접한 커피의 품질을 데이터화 한다. 이를 통해서 직접 그 농장에 가보지 못했어도 커피 전문가들은 그 농장의 커피의 품질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좋은 커피의 생산과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현지 농장의 농부 교육을 통한 좋은 품질의 커피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커피농장을 방문해 보면 많은 경우, 커피를 심기는 심었는데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수확한 커피를 어떻게 가공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필자가 방문한 중국 쿤밍의 한 농장은 수확한 커피생두를 일 년간 노지에 쌓아두고 그대로 건조시키고 있었다. 당해연도에 수확한 커피생두였지만, 마치 올드크롭(old crop)처럼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커피 셀렉터들은 좋은 커피만 골라내어 가져가는 존재들이 아니라 현지 농장에서 제대로 된 커피교육을 통하여 좋은 커피의 생산과 가공, 그리고 수출을 돕는 존재이다. 이를 통해 커피 셀렉터들과 현지 농부들과의 관계가 신뢰로 굳어지면 질 좋은 커피생두를 안정적인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수입해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의 공정무역을 가능하게 한다.
커피를 수입하는 일은 몇 단계의 중간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데, 심할 경우에는 현지 농장에서 수확 된 커피생두가 배에 실리는 과정까지 여섯 단계 이상의 중간 상인의 손을 거치게 되고, 수입해 오는 과정에서 운송료와 창고 보관료와 마진 등을 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자 자기 이윤을 떼다 보니까 커피의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오르게 되고, 커피 소비국에서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커피 생산농부의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들이나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고생만 하고 수입은 적은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이런 구조를 커피 셀렉터들은 중간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여 현지 농부들의 수입구조는 높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들을 하게 된다. 개발도상국 생산자들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생산자에게 보다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공하는 일을 공정무역(Fair Trade)라고 한다. 커피 셀렉터들은 커피 농장의 상황을 가장 직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커피의 공정무역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6. 맺는 말
커피 셀렉터들은 커피 산지를 방문하기 위해 적지 않은 재정과 시간을 투자하며 위험을 감수한다. 필자가 아는 커피 셀렉터는 최근에 에티오피아 커피 산지를 방문했다가 현지에 계엄령이 내려짐으로 모든 교통수단 이용이 어려워져서 헬기로 탈출해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이들이 이토록 어렵게 찾아가 확보한 커피가 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의 희열은 아마도 그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대한민국의 커피산업은 여러 면에서 일본의 커피 산업에 의지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우리들이 직수입 할 능력이 못되어 그들이 구입하고 남은 커피를 수입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 커피 셀렉터들의 수고로 더 이상 그럴 일이 없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좋은 커피를 맛보고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시아에서, 중남미에서, 아프리카의 밀림을 누비며 최상급의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다니는 대한민국 커피 셀렉터들의 노고와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위의 글은 동서식품 사보인 '삶의 향기'에 연재된 글입니다.
커피해럴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