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베리와 어린왕자, 그리고 커피
최 우성 기자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스키외`가 쓴 [페르시아인의 편지]에 따르면, 1700년대 이후에 파리에서는 커피숍이 대단히 유행했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문학이 삶의 모든 영역을 뒤덮었을 때에도 커피의 지대한 영향력이 바탕이 되었다. 18세기에는 그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 삶을 즐기려는 에너지가 들끓었다. 파리의 커피숍은 문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파리지앵[paʀizjɛ̃]의 사랑을 받았다.
20세기 들어 파리(Paris)에서는 집회의 허가를 받으려면 무척 까다롭고 어려워 시간도 많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파리의 지식인들은 집회의 허가를 받는 대신에 카페에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종종 토론을 나누었다.
파리에는 직업군에 따라 각기 모이는 카페들이 존재했는데, `알프레드 프랭클린`의 말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의 카페 부레트(Cafe Bourette)에는 문학가들이, 카페 알렉상드르(Cafe Alexandre)에는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파리의 카페에는 연극인들이 모이는 카페, 군인들이 모이는 카페 등, 다양한 카페들이 존재했다.
그 곳에서 정치와 철학이 논의되고 문학이 창작되었으며 예술적 아이디어와 영감이 넘쳐났다. 레닌과 엥겔스가 카페에서 자기 사상을 완성했고, 카뮈가 '이방인'을 썼으며, 사르트르와 생텍쥐페리, 헤밍웨이는 그들의 생각을 글로 옮겼다.
인류가 음료로 마시기 시작한 이후부터 커피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지적인 탐구를 하는 과학자들이나, 작품 활동에 힘쓰는 예술가들, 특히 사상가들에게 커피가 가져다주는 영감의 깊이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파리의 문학가들에게 있어서 커피는 매우 좋은 친구였다.
커피에는 커피를 사랑한 이들의 예술혼과 창작정신이 담겨져 있다. 마치 마술처럼 커피는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어 인류 문화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문학가들에게는 커피는 단순한 음료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친구였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이자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 텍쥐베리’(Antoine de Saint-Exupéry)는 파리의 카페를 사랑했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다. 그는 독일 나치의 침공으로 미국으로 도피했고 미국에서 소설 어린왕자(Le Petit Prince)를 발표했다. 이 책은 그가 비행 도중에 사막에 추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194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이 책은 출판업자인 유진 레이날(Eugene Reynal)이, 작가가 냅킨에 그린 아이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이 동화의 좋은 주제가 될 것 같다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간혹 위대한 작품이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 시작하기도 하듯, 이 작품도 냅킨에 그린 사소한 낙서에서 시작된 셈이다.
그가 ‘어린왕자’를 집필할 때 ‘생 텍쥐베리’는 뉴욕에서 기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롱아일랜드의 ‘Asharoken’이란 마을의 하얀 삼층집의 셋방에서 살았는데. 그때 그는 글의 영감을 얻기 위해 커피와 담배의 힘을 빌려 자주 밤을 샜다고 알려지고 있다. 아마도 그는 밤의 적막과 함께 커피와 담배를 무척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깊은 밤 그를 깨어있게 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하며, 글을 쓰도록 지탱했던 힘은 카페인의 힘이었다.
그가 커피의 애호가였음을 나타내는 흔적을 그의 책 ‘인간의 대지’(1939년 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나이 든 시골 아낙은 그림이나 소박한 메달, 혹은 묵주를 통해서만 신을 만난다. 이처럼 누군가 우리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 싶다면 쉬운 말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처럼 나에게 있어 삶의 기쁨이란 그 향기롭고 뜨거운 음료의 첫 한 모금 속에, 우유와 커피 그리고 밀이 뒤범벅된 혼합물 속에 압축되어 있다.’
생 텍쥐베리는 1920년 징병으로 공군에 입대, 1922년 면허를 딴 이후에 많은 비행을 했는데, 1926년부터는 정기 우편 비행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야간비행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당시 야간비행은 당시에 비행기 조종사들에게는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한다. 현대과학의 도움을 받는 오늘 날과는 달리, 모든 것을 조종사의 직관에만 의지해야 했던 시절에 밤에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1918년 프랑스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용감한 한 비행사가 야간비행에 성공한 이후, 북 아프리카, 남미까지 항공우편 야간비행의 길이 열렸는데, 생 텍쥐베리도 이 노선을 비행한 비행사 중 하나였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두 번째 책인 ‘야간비행’을 썼다. 야간에 밤바다를 비행하는 것은 밤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조용하고 고독한 밤을 사랑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도 밤은 어두운 연기처럼 피어올라 벌써 계곡을 메웠다. 계곡과 평야는 이제 구별이 되지 않았다. 마을은 벌써 불을 밝혀 별자리처럼 반짝임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외롭고 고독한 야간비행을 떠날 때에 그의 동반자는 그의 평생의 동반자이며 잠을 몰아내 주는 커피였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생 텍쥐베리의 책에는 남다른 아름다운 시어(詩語)들로 가득 차 있다. 반짝이는 문장들은 마치 커피 속에 숨겨진 천여가지의 향기(Aroma)처럼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책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막여우가 한 말을 통해 기다림의 기쁨의 정수(精髓)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만약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 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생 텍쥐베리’, 그는 자신의 애기(愛機)를 타고 마지막 비행을 떠난 뒤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엇갈린다. 어떤 이들은 그가 독일군 비행기에 격추되었다고도 하고, 그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가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 맞다”고도 한다.
마치 자신의 소설 속 어린왕자가 별을 떠난 것같이 생 텍쥐베리는 1944년 7월 31일 지중해 상공에서 지구별을 떠났다.
위의 글은 동서식품 사보, '삶의 향기'에 연재 된 글입니다.
커피해럴드 신문 / 최우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