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기술, 커피 블랜딩(Blending)
커피 해럴드 최우성 기자
몇 년 전에 서울 고척 스카이돔(Sky Dome)에서 8,076명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여 ‘세계 최대 오케스트라 연주’ 세계 기네스 공식 기록을 달성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2013년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7224명 규모의 합동 오케스트라 연주기록을 넘어선 것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더믹 시대인 요즘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말입니다.
오케스트라(Orchestra)에는 현악기와 목관악기, 금관악기와 타악기 등, 제각기 다른 음색을 가진 수많은 악기들이 지휘자의 손길에 따라 음악을 연주합니다. 연주자들이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들을 가지고 서로 어울려 하모니((Harmony)를 이루는 순간은 정말 아름답고 감동이 넘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고 좋은 악기를 동원한다 해도, 연주자들이 하모니를 포기하고 저마다 각자의 소리를 낸다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게 될 것입니다. 서로 화합 하지 않는 소리는 소음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불협화음(不協和音)이라고 하지요.
커피의 세계에도 오케스트라처럼 합주의 세계가 있습니다. 커피 블랜딩(Blending)의 세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커피 블랜딩은 누가 했을까요?
알려져 있기는 인도네시아 자바와 예멘, 에티오피아의 모카를 혼합한 모카 자바(Mocha-Java)가 그 첫번째 블랜딩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블랜딩은, 보다 좋은 향미를 얻기 위한 욕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로 단종 커피에서는 얻을 수 없는 향이 다양한 커피를 섞어주는 블랜딩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블랜딩의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사실 블랜딩은 커피의 고유영역은 아닙니다. 오히려 향수나 와인, 위스키가 그 역사가 깊습니다. 최근에는, 차와 심지어 최근에는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영역에서 블랜딩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커피 블랜딩의 목적은 한 종류의 커피에서는 얻을 수 없는 훨씬 좋은 향미와 맛의 시너지(Synergy)를 얻는 것입니다. 블랜딩을 통해서 단종(Straight)커피의 고유한 맛과 향을 강조하면서도 좀 더 깊고 조화로운 향미(Aroma)를 창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 있는 서로 다른 커피들을 최적의 비율로 블랜딩 할 때 이전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맛과 향의 조화를 누리게 되는 것이지요.
커피는 품종마다, 원산지마다, 농장마다, 가공 방법마다 각각 맛과 향이 다릅니다. 커피는 제각기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커피는 저마다 자기의 멋진 향기를 뽐내는 것입니다.
커피의 맛과 향은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생산 고도나, 환경, 습도와 일조량에 따라서 다른 맛이 나며, 심지어는 일조량의 많고 적음이나 해안가인지 산악 지대에서 생산 되었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이를 와인 용어를 빌려서 ‘떼루아’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땅에서 심기고 자라나서 그 곳 농부의 손에 의해 수확 되고 가공된 커피에는 아프리카의 향기와 정서가 담겨있습니다. 아시아, 중남미, 그 어느 곳에서 자랐든 그곳에서 난 농산물은 그 땅의 향기와 농부의 향취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는 여성적인 커피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과일과 꽃의 향기와 산미가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아시아 지역, 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는 묵직한 바디(Body)감과 진한 흙냄새의 향미가 마치 중후한 남성을 닮았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브라질 커피는 일반적으로 중성적인 커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커피에 비해서 그다지 큰 특징은 없어도, 다른 어떤 커피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블랜딩 커피로 선호합니다. 특히 브라질 커피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선호하는 면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커피들을 최적의 비율로 섞어 줄 때에 향기로운 커피가 재탄생이 되는데 이것이 블랜딩의 매력인 것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라는 말은 혁신이라고 번역됩니다. 이 말은 기존에 있던 기술들이 서로 만나 새로운 기술력으로 탄생할 때에 사용되는 말이고,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서로 다른 것들이 함께 협력함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 블랜딩은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이노베이션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적의 비율로 블랜딩 된 커피는 이노베이션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중세 유럽에서는 연금술(鍊金術, Alchemy)이라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기원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하여 이슬람을 거쳐 중세 유럽에 퍼진 일종의 주술적인 자연학을 의미합니다. 흔히 알려진 바로는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바꾸는 기술을 말합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납이나 철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선전하던 연금술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가치가 없거나 낮은 것을 값비싼 것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리켜 연금술이라고 말한다면 커피 블랜딩은 단연코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의 책 ‘연금술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코로나 팬더믹으로 위험하고 위태로운 가운데서 미뤄졌던 도쿄 올림픽이 개최된다고 합니다. 올림픽은 나라가 다르고 민족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스포츠로 하나 되는 어울림의 장인데, 인종과 나라, 문화가 다른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기량을 겨루는 모습이 흡사 커피 블랜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중 없이 선수들만 경기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벌써 선수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합니다.큰 위험 없이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커피도 저마다의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저마다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장점이 만나면 시너지(synergy)가 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면 됩니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미워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고 약점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커피 블랜딩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듯, 사람들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생(相生)의 길은 어렵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강하고 위대한 문명을 꽃 피운 민족은 화합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 블랜딩 기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해 너나 없이 힘든 시기입니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동서남북 할 것 없이 서로가 잘 화합되면 좋겠습니다, 잘 블랜딩 된 커피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듯, 연령과 지역, 학연과 정파, 그리고 종교를 초월해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아름답게 하나로 어우러지기를 꿈꾸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화합과 상생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과 도전을 전해주는 순간이 속히 오게 되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봅니다.
커피해럴드신문












